포도주 한 잔의 인연 캅카스 여행

(제10화) 주그디디 에서의 저녁식사

shining2001 2015. 12. 29. 21:37

제10화. 주그디디 에서의 저녁 식사

 

주그디디 기차역

 

조지아 주그디디로 왔다.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 조지아 할머니가 뭐라고 하며 신신당부를 한다. 보아하니 기사에게 버스비를 냈는데 내가 바가지 쓸까 봐 할머니께서 기사에게 뭐라고 하니 잔돈을 거슬러와 나에게 건네준다. 역시 세계의 모든 할머니의 손자뻘 되는 나에게 베푸는 마음과 사랑은 어디에서나 공통적이다. 내가 여행을 다니는 걸 알고 걱정해 주시며 챙겨주시는 주그디디의 할머니도 기차역에 내려, 내가 짐을 받아 기차역 안까지 날라주니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신다.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도와주는 일은 세계의 모든 젊은 사람들이 보고 지나치지 말고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이 든다. 기차역에서 트빌리시로 가는 표를 물어보니 오늘 저녁에 야간열차가 있어서 바로 샀다. 오늘 주그디디에 묵고 다음 날에 가려고 하였는데, 숙박비와 시간을 아낄 겸 야간기차에서의 침대칸도 경험하고 싶었다. 기차출발시간이 남아 주그디디 시내를 구경하였다. 은행에서 환전도 하고 시장도 구경했다. 주그디디 시장도 수쿠미 못지않게 규모도 컸다. 시장을 여기저기 파헤치며 둘러보니 나에게 TV에서 보았던 추르츠헬라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께서 파시는 추르츠헬라가 종류가 다양하여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른다. 추르츠헬라는 호두 혹은 개암을 실에 매달아포도 설탕물로 담가 만든 간식거리이다. 조지아에 왔으면 한 번 먹어보리라 하고 할머니께 추천하니 보라색 모양의 추르츠헬라를 권한다. 할머니는 다른 추르츠헬라도 사라고 권할 수 있을 텐데, 상술을 부리지 않아 편하다. 할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옆 과일가게에서 아주머니에게 귤을 사기로 했다. 귤 중앙에 종이로 1라리 쓰여 있어서 2라리 동전을 주니, 귤을 2킬로를 담아준다. 종이에 1라리 뜻은 그람이 아닌 킬로로 팔고 있었다. 한국 돈 1,000원으로 조지아에서 2킬로에 샀던 귤은 엄청나게 싸고 달고 맛있었다. 편의점에서 조지아의 유명한 보르조미 탄산수를 고르고 둘러보니 조지아 특산 홍차도 골랐다. 천연 꿀도 사고 싶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 유혹을 뿌리치고 탄산수와 홍차만 사 가지고 나왔다. 금방 배낭에 꽉 차버려 기차에서 귤과 탄산수를 소비해야 배낭이 여유가 생기겠다. 시장 맞은편에 공터에 돼지 한 마리가 코로 여기저기 땅을 파고 있었다. 여기 주그디디 돼지는 밭도 가는 진풍경을 뒤로하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주그디디 시내 식당에서 조지아 음식 하차푸리, 힌칼리, 샤슬릭과 맥주를 시키고 앉아 있는데, 한 테이블에 젊은 사내 넷이서 60도짜리 차차와 맥주를 마시며 큰 소리로 담소를 나눈다. 보아하니 한국의 소주와 맥주 섞어 먹듯이 조지아에서도 술을 함께 마신다. 그중 한 젊은이가 나에게 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주그디디에서 동양인이 보기 힘들어 내가 그들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었다. 맥주잔까지 들고 함께 건배하는 자세도 취해주고 잠깐 합석하여 유쾌하게 먹고 마시고 나왔다. 어제부터 여행하면서 계속 모르는 조지아 사람들의 친절함과 호의를 받는다. 어제 길에서 만난 루카, 로마, 주그디디에서 식당의 이 친구들 공통점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조지아에 아는 사람이 없다. TV에서 여행다큐멘터리를 보면, 조지아 사람에게 초대 받아(연출일 줄 모르나?) 화려하게 한 상 차려놓고 거나하게 술 한 통 마실 바에, 나는 길에서 몰랐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 마음을 통하면서 맥주 한잔 하는 게 더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조지아 사람들이 나에게 거짓 없이 다가와 진실 어리고 순수한 마음이 통하여서 아닐까 한다.

 

주그디디 시내풍경

코로 밭을 파헤치는 주그디디의 돼지

시장에서 추르츠헬라를 파는 조지아 주그디디의 할머니

주그디디 식당에서의 전통 음식과 조지아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