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안녕, 압하지야!
잉구리 강을 경계로 왼쪽은 압하지야 오를쪽은 조지아
마자르카. 수쿠미 기차역 앞에 각종 도시로 가는 버스가 즐비하다. 나는 갈리로 가는 버스에 올라 조지아로 역행한다. 압하지야에 머물었던 시간과 지역은 한정되었지만 나는 여기에 찾아와 원했던 압하지야 포도주를 마시는 일은 작은 목적이고, 좋은 사람들을 마주쳤던 인연이 많았던 일은 중간 목적 그리고 여기에 와서 직접 두 발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두 눈과 귀로 압하지야의 실정을 직접 목격하고 배우는 게 큰 목적이자 수확이 아니겠냐? 남들은 내 압하지야 여행이 의미도 없다고 돌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내 미천한 압하지야에서 굵고 짧은 발자취는 그대에게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고 전해라.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오면서,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기약 없는 이별을 하며 압하지야 검문소에 왔다. 어제 검문소에 나오면서 보았던 세르게이 바갑슈 전 압하지야 대통령 간판이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압하지야 영내에 들어와 간판에 그분 얼굴로 도배하여 눈에 익었는데, 여기를 떠나면 조지아에서는 볼 수 없다. 검문소를 통과하여 압하지야 군인이 나를 붙잡으며 말을 걸어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도 한국 가보았다며 안정환 축구선수를 좋아한단다. 압하지야에 온 감회가 어떻고, 조지아와 비교할 때 정치적인 질문에는 나는 외국인 제 3자의 관점에서 어디가 좋고 나쁘다고 평판할 수 없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 조지아와 압하지야 간 인적교류가 있지만, 이것마저 없었더라면 한반도의 휴전선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올 때 구급차로 온 잉구리 다리를 직접 건너니 강 양쪽을 경계로 왼쪽의 압하지야 측 초소가 내려다보고 있고, 오른쪽 강어귀에는 조지아 사람들이 낚시하고 있다. 캅카스산맥 위로 구름이 푸른 거울 같은 강에 비추며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다시 조지아 초소로 왔다. 왔을 때와 달리 나를 붙잡던 경찰들은, 본체만체한다. 나는 어제 압하지야에 간다고 신고를 하여, 돌아왔으므로 자진신고 하였다. 경찰은 나를 보고 환영하며 I Love You 하며 농담도 한다. 이게 조지아식의 익살맞은 유머일까 하는데, 어제와 달리 내 여권의 페이지를 하나씩 꼼꼼히 넘겨본다. 예상은 하였지만, 압하지야 비자를 찾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미리 가방 속 깊이 숨겨놓았고, 만약 비자에 관해 물으면 거짓말도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경찰은 혼잣말로 뭐라고 하더니 그냥 여권을 돌려준다. 아마 있어야 할 압하지야 비자가 없어서 그랬나 보다. 조지아에서는 압하지야를 자기네 영토이므로 들어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친압하지야로 찍히면, 차후 조지아 입국 시 불이익당할 수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에서는 압하지야가 여행자제 지역이므로, 출입에 안전한지 사전에 철저히 알고 가야 안전하다.
전혀 복구를 하지 않는 잉구리 다리
캅카스 풍경
압하지야에서의 석양
압하지아와인과 수쿠미 맥주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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