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디두베의 선술집
조지아 디두베에 있는 선술집
나의 ‘협상’ 이 그 노인에게 통했나 보다. 나를 공항 주차장 맨 끝으로 안내한다. 구석에 아주 작은 구식 러시아제 차가 내 눈에 들어온다. 정식 택시가 아닌 개인이 운용하는 사설 택시다. 얼마나 차가 낡았는지 앞 뚜껑을 열어 시동을 건다. 마치 농촌의 경운기 시동 거는 것처럼. 구식 차는 털털 하며 진동과 함께 매연을 뿜으며 출발한다. 승차감은 꽝이지만, 내 예상가격으로 공항을 벗어나는 걸 감사해야 한다. 게다가 안전띠도 고장 나서 내가 손으로 당겨 잡고 타고 있었다. 경찰에게 적발되면 벌금 물린다고 해서…. 노인이 먼저 내 이름은 다마스라고 한다. 다마스? 이름이 예전 한국 모 기업의 차 이름과 같다. 그런데 지금 내가 탄 차는 그 차보다 적고 모 기업 자동차 “티0”보다 더 작다. 나에게 담배 권해서 사양하자 조그마한 사탕을 꺼내준다. 그러고 보니 조지아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들었다. 어느덧 차는 시내로 진입하여 도심에 들어왔다. 공항까지 시내 중심지는 지도에 18Km로 나와 있다. 내가 가는 디두베는 시내에서 변두리여서 20Km 넘는다고 한다. 내가 이 야밤에 디두베로 가는 이유는 여행 첫날부터 시내구경이나 바로 숙박하기에는 시간과 경비를 절감하고자, 바로 디두베에서 버스를 타고 새벽 일찍 시외로 이동하는 방법 좋을 것 같아 강행했다. 다마스는 디두베 버스터미널 앞에 내려다 준 후 아직 버스가 없으니 선술집 앞에서 커피 한잔 하고기다리라고 한다. 다마스의 조언이 아니면 멍청히 바깥에 떨고 무한정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다마스와의 인상적인 짧은 인연을 뒤로하고 선술집으로 용감히 돌진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네 명의 사내와 여주인이 나를 쳐다본다. 이 야밤에 외진 곳에서의 동양인이 들어오니 쳐다보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지. 나는 조지아어로 ‘가마르조바’(안녕하세요) 하고 구석진 테이블 배낭을 푼다. 나는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눈에 맥주가 들어온다. 공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좀 긴장도 풀기 위해 맥주 한 병을 사서 마셨다. 한잔 하면 테이블을 둘러보니 한 사내는 검은 점퍼 어깨에 Police라고 쓰여 있고 왼손에 무전기를 들고 있으니 경찰이고 옆 사내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찰 옆 사내는 맥주에 야식을 먹고 있고, 내 앞에 있는 안경 쓴 사내는 차를 마시며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손님들이 오고 가면서 차차(60도 조지아 술)를 한 잔씩 한다. 선술집 바깥에 떠돌이 개들이 입구에서 기웃거린다. 아마 안에 잇는 손님에게 구걸하는 거 같다. 고양이가 내 배낭끈을 발로 막 할퀴는 게 귀엽다.
나는 심심해서 내 앞 테이블에 앉은 사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는 바투미에 가려고 나처럼 선술집에서 차 한 잔 시키면서 기다리고 있다. 트빌리시에서 바투미까지 5시간 걸린다고 한다. 그 사내가 바투미에서 찬사를 늘어놓자 나도 함께 가고 싶었지만, 내가 가야 할 목표가 있어서 참았다. 어느덧 새벽 5시 바투미가는 차가 왔고 그 사내와 짧은 이야기 속에 작별을 고하였다. 보아하니 여기는 비 장기적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걸 알았다. 나도 한없이 선술집에 앉아 기다리는 것 보다, 지하철을 타고 기차역에서 열차로 가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술집을 나오자마자 어둠 속에서 거센 광풍이 몰아치며 먼지를 일으키며 불어 닥치고 있었다. 나는 머리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먼지바람을 해치고 나아갔다. 하늘에서 이 정도의 먼지바람으로 나의 변경된 여행계획을 중단시키려 시험하는 거 같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참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한 무리의 차가 나에게 ‘카즈베기’ 하고 유혹한다. 어디선가 조지아 여행 가면 꼭 ‘카즈베기’를 꼭 가보아야 한단다. 거기를 안 가보았으면 조지아 잘못 갔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에 쓸데없는 것 따윈 없다. 이딴 거 살아있으면 몇 번이라도 볼 수 있잖아!
조지아 트빌리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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