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한 잔의 인연 캅카스 여행

(제16화) 예레반에서의 마지막 밤

shining2001 2015. 12. 29. 23:30

제16화. 예레반에서의 마지막 밤

예레반 공화국 광장의 야경


예레반 공화국광장에 어둠이 내리자, 조명등에 비친 분홍빛 석제의 정부청사 건물들이 마치 장미처럼 아름답게 비추고 있다. 광장 중앙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있고, 그 주위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차가운 밤공기에 옷을 두껍게 무장하고 삼삼오오 돌아다닌다. 나는 또 환전을 하려고 공화국광장에 들렸다. 여행 마지막 숙박은 한국에서 호텔을 예약하고 왔다. 지금까지는 주소를 보고 예약하지 않고 직접 방문하여 호텔을 잡았지만, 내일 출국해야 하고 아르메니아 친구 에니와 만나기로 되어있어 바로 향했다. 호텔직원이 입구 문도 열어주고, 바깥이 추운데 여행 잘하시는지요? 하며 프런트 직원이 말도 건넨다. 손님에게 직접 방 구조도 설명해 주고, 불편한 일 있으면 프런트로 연락하라는 친절함까지 갖추었다.

짐을 풀고 호텔 근처 작은 슈퍼에 가서 브랜디를 사려는데 모두 큰 병밖에 없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미 다 팔렸다고 한다. 아마도 나처럼 작은 병으로 마시는 사람이 많겠지. 나 혼자 큰 병으로 마시면 오늘 밤이 너무 거창하여, 대신 포도주를 선택했다. 이미 조지아와 압하지야에서 적포도주를 마셔 나는 여기서 백포도주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르메니아 초콜릿과 일회용 면도기를 샀다. 여행 내내 면도를 못 해 턱수염이 많이 길었다. 조금만 더 자라면 아르메니아 남자처럼 자라겠다. 그리고 내일 에니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아르메니아 남자처럼 턱수염 기른 모습보다는 턱수염을 밀고 깔끔한 원래 모습이 낳겠다. 호텔 직원에게 포도주 코르크를 열어 달라고 하였다. 남자직원이 직접 포도주 코르크를 여는데, 병 입구 은박지를 제거하지 않고, 바로 드릴을 쑤셔 넣는다. 은박지 제거하지 않고는 개봉하기 힘들 텐데, 이게 아르메니아 식으로 여는 방법이나 생각하며 나는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그 직원은 얼굴이 상기되며 잡아당기자, 거짓말처럼 코르크와 포장 은박지가 함께 튀어나온다. 어떤 내공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깔끔하게 열렸다. 나는 수고와 감사인사를 하고 방에 와서 TV를 보면서 초콜릿과 함께 포도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아르메니아 백포도주는 상큼하고 달콤한 맛에 꽃향기가 난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맛있다. 두껍고 카카오 함량이 높은 아르메니아에서 만든 초콜릿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마지막 밤은 브랜디처럼 화끈하지 않지만 백포도주처럼 깔끔하고 소박함으로 마무리하고 잤다.

 

아르메니아 백포도주

아르메니아 예레반 근교지 풍경

아르메니아 예레반 도심 속의 작은 수도원

 

아르메니아 예레반 역사박물관